암왕제군이 떠난 후 리월항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된다. 제군이 관리하던 모든 일이 칠성 8부서로 나뉘게 됐다.
신의 통치는 과거의 잔영이 되었고, 남겨진 오랜 규칙들을 그대로 답습할 수 만도 없게 됐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리월에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 각청은 아주 흥분했다. 그녀는 오래전에 이미 준비를 끝내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몇 달 동안 토지 건설이라는 단순한 업무에 막혀 골머리를 앓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쌓이고 쌓인 일들이 진흙탕처럼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다. 설사 실적을 올리더라도 그 일들은 과거에 제군이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던 일들이었다.
「왜 이 정도밖에 못 하는 걸까? 대체 왜…더 잘할 수 없는 걸까?」
그녀도 원인을 알고 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진상을 알고 있다.
자신이 「불경」을 저지르더라도, 심지어 신의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현재의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그녀는 굳건하고 강인했다.
그날부터 그녀는 두문불출하며 각종 서적에 몰두해 필요한 지식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가장 낮추고 뭐든지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암왕제군과 「대립」하겠다는 생각을 점차 버리게 됐다.
제군과 각청 모두 이천 년의 역사를 지닌 리월을 위해 달려온 왔고, 둘은 같은 걸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기에 양립할 마음은 단연코 없었다.
과거 청신의례에서 제군이 지었던 신비한 웃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듯했다. 각청은 어쩌면 그건 인정과 기대의 웃음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도 그녀는 엄격하고 신속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막막해질 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제군이라면 이때 어떻게 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