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비예트는 언제나 비 오는 날을 맑은 날보다 좋아했다. 습한 공기에서 그는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아주 오랫동안 통쾌하게 비에 젖지 못했다.
폰타인과 함께하기로 한 후부터였을까, 느비예트는 고리타분한 정상인을 연기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걷지 않으며, 머리카락이 빗물에 젖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최고 심판관이 그의 본성이고, 물의 용이 그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정상인 신분은 그저 연기일 뿐이다.
인간은 고독과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심판할 신을 만들었고, 탐욕과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구원해 줄 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의 자리가 비어있기에 느비예트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이제 느비예트는 인간을 사면했고,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지금 그는 드디어 빗속으로 들어가 통쾌하게 젖을 수 있게 됐다.
느비예트는 이를 확실하게 실천했다. 그는 빗속에서 조용히 먼 곳을 바라보며, 오래전에 편지를 받았던 그날을 떠올렸다.
한 통의 편지. 어떤 방법으로 당시의 느비예트에게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신인은 비어 있었고, 편지 내용에서는 그를 대놓고 「너」라고 불렀다.
특별한 너, 특수한 너. 느비예트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인정하지도 않았다. 어렴풋이 지금 세상의 기득권자는 그를 이렇게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비예트는 그 편지의 주인이 물의 신 포칼로스라는 것을 알았다. 포칼로스는 그를 폰타인성으로 초대하며 「가장 큰 극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남겨줄게」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느비예트는 정말로 그 자리를 얻었다. 에리니에스섬, 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 앞줄의 가운데 자리. 느비예트는 그 자리에서 다양한 공연을 보았고, 그 자리는 포칼로스의 말대로 시야가 탁월했다.
그 뒤의 일은 널리 공개되지 않았다——사람들은 왕좌가 무너졌다는 것이, 물의 힘이 돌아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면과 사면의 이유는 훨씬 거대하고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이야기다.
그렇게 막이 내렸다. 역사상 가장 성대한 연극은 폰타인에서 원만하게 끝이 났다.
정말 원만한가? 그제서야 느비예트는 문득 편지에서 언급된 자리가 단지 오페라 하우스의 자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포칼로스, 혹은 푸리나는 관중석에 있던 자리를 양보하고 홀로 무대 위에 올라 연극의 여주인공이 되었다.
자리의 수는 정해져 있기에, 누군가가 자리에 앉으면 누군가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전에 그에게 보내진 편지는 사실 수백 년을 앞선 초대장이었다.
물의 용아, 인간 관중의 일원이 된 느낌은 어떠니?
인간 세상의 연극은 마음에 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