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의 대명사인 폰타인에서 돈으로 살 수 있는 칭호 따위는 없다. 그 전의 대화는 라이오슬리와 클로린드가 주고받은 실없는 농담일 뿐이었다. 무미건조한 공무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는 말장난이었다고나 할까.
다만 「공작」이라는 칭호는 거래와 무관할지 몰라도, 그가 메로피드 요새의 관리자가 된 일만큼은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메로피드 요새 안에서 특별 허가 쿠폰은 「돈」으로써 작용한다. 여기서 쿠폰은 약간의 세부 사항만 달라질 뿐, 오랜 시간 동안 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라이오슬리가 죄수의 몸으로 이곳에 수감되어 있던 시절에는 특별 허가 쿠폰의 거래가 훨씬 자유로웠고,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의 범위도 더 넓었다. 주머니에 쿠폰만 충분하다면, 건강에 유해한 약품부터 적중률 100%의 도박 정보, 갈대처럼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누군가의 숨 쉴 권리까지도 살 수 있었다.
상기 항목은 비공식적인 거래 물품이었으나, 공식적인 물품도 나름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인맥이 없으면 식당으로 가서 값비싼 물과 음식을 구매해야만 했는데, 거기에 딸려 나오는 행운의 쪽지에 적혀 있는 것은 의미불명의 속담 같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날 안으로 끝내야 할 추가 업무 내용이었다. 당시 특별 허가 쿠폰은 돈보다는 수감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도구에 가까웠다.
죄수들을 혼돈의 구렁텅이로 내몬 다음 알아서 살아남게 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겠으나, 라이오슬리는 이러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 환경이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면 그도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는 암투장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자본을 쌓았고, 그 자본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예리한 관찰력과 설득력, 겸손한 태도까지 갖췄던 그는 어느새 요새 안의 다른 사람이 가진 모든 쿠폰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쿠폰을 모으게 되었다.
늘어난 재산은 수감자들 사이에서의 명성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가 기다려 마지않던 결과도 그 뒤를 따랐다. 단 하룻밤 사이에, 그의 계좌가 전임 메로피드 요새 관리자에 의해 청산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라이오슬리는 뛰어난 설득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말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현임 관리자가 존재하는 한 누구든 그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 모두가 그의 대변자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러한 처지가 되었음에도 올곧은 태도를 취한다면, 그에게 감화된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를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공정함과 정의, 질서를 명분으로 요새의 전 관리자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서로의 신분과 입장차를 고려하면 결투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으나, 수감자부터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둘러싼 누구 하나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다행히도, 전임 관리자가 도망친 덕분에 라이오슬리가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없었다. 반대로 불행이었던 것은, 그날이 마침 그가 형기를 마치는 날이었다는 점이다. 관리자가 실종되는 바람에 그의 출옥 수속을 밟아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라이오슬리는 요새 한가운데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가, 모든 업무를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