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방랑자는 방랑자라고 불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특정 시기마다 그의 특수한 신분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었다. 다만 지금은 수많은 과거가 사람들에게 잊혔을 뿐이다.
인형, 가부키모노, 우인단 집행관 서열 6위 「스카라무슈」….
이 이름들은 운명의 실처럼 인형의 관절을 옭아맸다.
돌이켜보면 이미 수백 년 전 일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눈물을 흘리던 인형이 끝내 이름을 받지 못하고, 작은 금색 깃털만을 증표로서 지니게 된 것도 말이다.
그는 차경의 저택에 안치된 채 공허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붉은 단풍, 꽃무늬가 정교하게 조각된 창살… 이 아름다운 감옥 속에서, 그는 감각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카츠라기라는 마음씨 좋은 무사가 실수로 차경의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인형은 그렇게 구원받았다. 카츠라기는 그를 타타라스나로 데려가 그곳의 주민들에게 소개했다.
그 시절의 그는 갓 태어난 아이와 같아 순진무구했고, 타인에게 무한한 호감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카츠라기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지닐 리 없는 금색 깃털을 보고 그에게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해, 차경의 저택 일은 숨기고 주변 이들에겐 나즈치 해안을 순찰하다 아이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형에게도 입을 맞추라고 당부했다.
번잡하고 시끌벅적했던 타타라스나에는 그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 담겨있다. 그곳에서 그는 잠시나마 평범한 사람,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카츠라기, 미코시 나가마사, 니와, 미야자키… 그 외에도 지금은 잊어버린 수많은 타타라스나 주민들이 그에게 글을 쓰고 읽는 법과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고, 단조 기술을 전수해주며 친구가 되어줬다.
그에게는 이런 질문을 하는 이도 있었다. 「이름이 없어도 괜찮겠어? 다들 너를 가부키모노라고 불러댄다고.」
하지만 그는 그 호칭이 싫지 않았다.
가부키모노, 화려한 의복을 입고 행동이 특이한 자를 일컫는 말. 평범함과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그 이름은 그가 인간임을, 그리고 타타라스나의 일원임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이름도 결국은 버려지고 말았다. 그가 더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게 된 순간, 그 이름도 의미를 잃었다.
먼 곳으로 향한 그는 스네즈나야의 집행관이 되어, 노력 끝에 여섯 번째 서열을 쟁취했다.
여왕은 그에게 「스카라무슈」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렸다. 힘, 권력, 쟁취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그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전장의 말들은 파란을 일으키고, 무대 위의 살육자는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 순간 그는 확신했다. 스카라무슈야말로 그의 진정한 이름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