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조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나즈마에서 멀리 떨어진 촌에서 태어났는데 그 지역에서는 명문 집안으로 일컬을 수 있는 집안이었고 아버지는 이름난 무투가였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반항아가 으레 그렇듯 아버지를 따라 무투술을 배우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버지의 일을 계승하는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축제 날, 헤이조는 상인 집안의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친구는 똑똑하고 민첩했고, 헤이조에게 자주 새로운 물건들을 가져다주면서 그를 위해 특별히 집에 있는 창고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수메르의 책, 폰타인의 신기한 장난감 등… 이것들은 헤이조의 무미건조한 삶에 큰 힘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 두터워졌지만 헤이조는 한 가지 문제를 의식하게 되었다.
항상 꾀죄죄한 옷과 산발한 머리를 보면 친구는 어떻게 봐도 부유한 상인 가문 출신이 아니었다.
그는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로 다짐했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친구가 헤이조를 속여왔다고 곧바로 인정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헤이조에게 준 선물은 전부 상회에서 훔쳤다는 것도 밝혔다.
심지어 처음 만났을 때 헤이조에게서 값어치 나가는 것들을 훔칠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친구는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털어놓으면서도 마치 즐거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크게 웃었다.
헤이조는 화가 났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속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가장 친한 친구가 범죄자인 것에 대한 분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친구에게 소리쳤다. 「다시는 너랑 친하게 지내지 않을 거야!」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온 헤이조는 친구가 줬던 선물들을 모조리 찾아내서 버렸다. 버리고 또 버리다 보니 마지막에는 푸른 조약돌 하나가 남았다.
이 조약돌은 헤이조와 친구가 냇가에서 주워 한 쌍씩 나눠 가진 「보물」이었다. 이건 훔친 물건이 아니었고 어쩌면 그들의 우정보다 더 순수한 건지도 몰랐다.
헤이조는 조약돌을 쳐다보다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창밖으로 던져버렸지만, 조약돌은 창살을 맞고 튕겨 나와 침대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갔다.
헤이조는 온 세상이 자신의 적인 것처럼 화가 났고,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해서 결국에는 뱃가죽이 뚫린 개구리처럼 가만히 드러누웠다.
그는 풀이 죽은 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런 나쁜 것들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잊고 싶을수록 잘 잊히지 않는 법이다.
일 년 후, 친구를 처음 만났던 축제 날이 다가오자 헤이조는 귀신에 홀린 듯이 침대 밑에 조약돌을 꺼내 손에 쥔 채로 축제로 향했다.
스스로도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운명은 그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그의 바람을 이루어 주었다.
축제에서 헤이조는 길가에 쓰러져서 피가 온 바닥에 낭자한 모습의 친구를 다시 만났고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조금 전, 친구는 자신의 지갑을 노리는 건달과 시비가 붙었고 당황한 건달은 비수로 그의 명치를 찔렀다.
헤이조는 재빨리 뛰어가 친구의 상처를 확인하느라 손에 있던 조약돌을 떨어뜨렸다. 친구의 눈은 그 조약돌을 보자마자 반짝였다.
「헤이조… 날 보러 온 거야?」
헤이조는 손으로 친구의 상처를 꾹 막고 있었지만,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헤이조는 일년 전보다 더 화가 솟구쳐 친구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아! 말하지 마! 말하지 말라고!」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목숨을 바쳐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지갑을 열어 보여주었다. 안에는 단 1모라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친구의 푸른 조약돌만이 있을 뿐이었다.
친구는 마지막 힘으로 조약돌을 들어서 헤이조 눈앞에 보여 주었다. 피범벅이 된 입에 미소를 띠고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나도 널 보러 왔어…」
……
헤이조는 자신이 어떻게 집에 돌아온 건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분노가 사라지니 메스꺼움만 남았다.
바로 그 순간, 헤이조는 자신과 천성적으로 대립 관계에 놓인 그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헤이조를 분노하게 하고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바로 우정에 거짓을 섞어 생명을 앗아간 죄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친구가 저지른 사기나 절도, 도둑이 저지른 살인죄도 아닌 더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죄악이었다.
하늘을 덮은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내려다보며 그것을 어떻게든 파괴하려 하는 것처럼, 그것은 세상에 떠도는 모든 죄의 집합체였다.
한 달이 지난 어느 새벽, 헤이조는 쪽지를 남기고 조용히 집을 떠났다. 헤이조는 자신의 적을 찾았고, 앞으로 그 적과 싸우는 길로 나아갈 것이다.
푸른 조약돌이 이 여정에 함께 했다. 이제 이 조약돌은 우정의 의미가 아닌 그의 결심을 담은 신의 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