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월항 약재 상점에는 가끔 이상한 환자들이 나타나곤 한다.
어쩔 땐 수메르 용병, 또 어쩔 땐 폰타인 모험가, 가끔은 물에 빠져 암초에 머리를 부딪혔다는 몬드의 낚시꾼까지…
나이도 신분도, 심지어 출신지도 다른 이들에게 한 가지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다소 통증에 중독된 듯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멍든 곳을 눌러줄 때의 묵직함, 상처에 약초를 바를 때의 따가운 고통을 좋아한다.
심지어 꽤 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치료 과정을 마취 없이 진행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초보 약사들은 환자들의 이런 엄청난 인내력에 당황해 그곳을 찾는 이들이 실은 전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만다.
그들은 모두 야란이 변장한 것이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변장 기술로 그녀는 늘 상대의 눈과 귀를 속인다.
그녀의 상처는 물론 끊임없는 위험한 임무 속에 입은 것들이다.
특이한 일을 하는 그녀지만, 야란은 이 세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일반인들처럼 밥을 먹고 잠을 자지만, 지금껏 그녀는 무엇에 흥미를 느낀 일이 거의 없었다.
춤사위를 펼치는 것,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 위한 취미가 아니다. 서적을 탐독하는 것, 그것은 책을 친구로 삼아서가 아니다.
다양한 국가와 장소를 돌아다니지만,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또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야란에게 있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일은 취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가끔 그녀는 주사위를 던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결정하곤 한다.
이것은 마치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매운 요리 외에는 아무 요리에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평범함엔 무뎌졌어. 날 깨울 수 있는 건 짜릿함뿐이야.」
이런 이념을 지닌 그녀는 은밀히 각지를 돌아다니며 더욱 위험한 생활 방식을 고수했다.
위험, 비밀, 그리고 강렬한 성취감… 이런 생활을 통해서만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