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날 밤, 몸져누운 아버지가 갑자기 아야토를 앞으로 불렀다.
아버지는 고통에 지친 안색을 뒤로하고 진지한 모습이었지만,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아버지가 기운을 차리며 아야토에게 물었다. 오늘 수행은 다 끝냈느냐? 저녁은 배불리 먹었느냐? 검술은 늘었느냐?
아야토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자,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아주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이 금세 근심에 싸였고,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입이 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망설인 뒤, 어머니의 우울한 시선을 마주하며, 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야토… 명심하거라. 나중에 카미사토 가문이 어떻게 변하든, 넌 우리의 장남이고, 아야카의 오빠며, 카미사토 가문의 어엿한 후계자다.」
아버지에게 푹 쉬시라고 한 뒤, 아야토는 부모님에게 인사를 올리고 천천히 침실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 책상 위에서 반짝이는 「신의 눈」이 보였다.
아야토는 어릴 적부터 「신의 눈」은 신의 시선을 의미하며, 사람들의 염원으로 탄생한다고 들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기둥이 되고 싶었다. 대업이 아닌, 가문의 오랜 번영과 가족의 평안을 지키기 위한 기둥 말이다.
「신의 눈」이 지금 이 순간 강림한 건… 아마도 아야토가 책임을 짊어질 순간이 왔다는 뜻이었다.
아야토는 가신을 불러 방에 불을 밝히지 않고, 차림새를 다듬은 뒤 책상 옆에 앉았다.
지금의 모든 상황이 밀물처럼 몰려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는 위독하시고, 어머니의 건강도 좋지 않았다. 가문에는 지도자가 없고, 경쟁자들은 카미사토 가문의 지위와 권력을 넘본 지 오래다.
어린 여동생이 무사히 클 수 있게 지켜야 하며, 막부의 관리 사회는 암초가 가득한 바다 같아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대대로 이어진 「종말번대」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카미사토 가문이 위태할 때 믿을 수 있는 가신은 얼마나 될까…
이방인 토마는 친구이자 인재지만, 카미사토 가문이 추락할 때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까….
모든 잡다한 일들이 아야토의 머릿속에서 점차 정리되었다. 정보망 중심에 있는 건 아야토의 변함없는 신념이었다.
미래를 위해서, 가문의 안전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하는 자는 대가를 감수하고 처리한다.
이날 밤, 불이 켜지지 않은 방에서 신의 눈만이 아야토와 함께한 유일한 빛이었다.
여명의 첫 번째 빛줄기가 책상에 쏟아지자, 어린 장남은 모든 일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