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을 빼면, 파루잔에게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마음에 드는 학생을 어떻게 뽑느냐이다.
매번 지론파 개강 시범 강의에 서노라면 장치학 용어를 연달아 들은 학생들은 머리를 긁적이거나 꾸벅꾸벅 졸기 마련이다.
화가 난 파루잔은 교편을 두드리며 대체 당년의 지론파 동료들이 일을 어떻게 했길래 학풍이 이따위고 저런 후배들을 키워냈냐며 호통을 쳤다.
문제는 장치학 이론을 들을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학생들이 백 년 전 고인들을 나무라는 잔소리는 또 신이 나서 경청한다는 것이었고, 그게 파루잔을 더 화나게 했다.
게다가 장치학을 연구하고 싶다던 학생도 파루잔 선배가 학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감개무량했다가, 그 학부가 지론파라는 얘기에 난색을 보이며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을 듣기도 전에, 해당 학생이 이미 묘론파에 들어갔다는 것은 뻔하고 뻔한 이야기.
그러던 어느 날, 타이나리의 부탁으로 우림 유적 조사에 나섰다 숲속 깊숙이 들어선 파루잔은 어느 경건한 기도 소리를 듣게 된다. 「지혜의 신님, 부디 제가 더 많은 글자를 알 수 있게 해주세요!」
그 기도 소리가 어찌나 서글프면서도 간절하던지, 파루잔조차 저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오늘날 수메르에 아직도 글자 연구에 이런 열정을 보이는 사람이 남아있었다니!
그 목소리는 글자를 모르는 어린아이 같지도 않았고, 숲속의 광언기에 빠진 학자 같지도 않았다. 홀로 우림 깊숙이 들어온 걸 보면 몸놀림도 제법일 테고, 어쩌면 숲속 장치를 여러 번 겪어봤을지도 모른다.
짧은 고민과 백 년의 경험을 토대로 파루잔은 기도의 주인공이 나이도 적당하고, 자질도 방향도 훌륭한 학생이라 판단해버렸고, 그를 제자로 들이기 위해 나무 뒤에서 위엄있게 등장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여긴 콜레이는 숲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이후 소리를 듣고 달려온 타이나리가 떠듬떠듬 이어진 콜레이의 설명과 스승의 보충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 거대한 오해는 마침내 풀렸다.
설명을 들은 파루잔은 이 어린 견습 순찰자를 다시 보게 됐고, 이후 간다르바 성곽에 들릴 때마다 간식거릴 갖고 찾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콜레이는 의혹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오해는 풀렸지만, 파루잔 선배의 자신을 제자 삼으려는 이 생각은… 어째 갈수록 강렬해지는 걸까?
「스승을 존경」하고 「배움에 열심」인 학생은… 아카데미아에 분명 차고 넘칠 텐데?
어쩌면 파루잔조차도 콜레이에게 끌리는 또 다른 특징을 모를 것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도, 여전히 굳건하게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