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의 위기가 마침내 끝나고 폰타인에는 새로운 질서가 세워졌다. 영향을 받은 지역도 점차 활기를 되찾았고, 모든 사람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품었다.
유일하게 푸리나만 새로운 세상의 어떤 곳에도 속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멜모니아궁에서 나온 그녀는 「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에조차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푸리나는 고통스러운 기억들로부터 가능한 빨리 멀어지고 싶었다. 사람들이 그녀에 관해 어떤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지도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물의 신의 이야기는 막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푸리나에게 책임을 다한 배우가 가야 할 곳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순간은 「자유」조차 허황된 개념에 불과했다.
푸리나의 짐은 아직도 새로 구한 집의 구석에 쌓여 있었고, 줄곧 방을 정리할 기운이 없던 푸리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텅 빈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들은 새로운 규칙 아래에서 금세 새로운 설 자리를 찾았다. 힘, 책임, 또는 우정, 그들의 중요성은 대체할 수 없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자유」를 얻은 사람은 달리 말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푸리나는 의외의 첫 번째 손님——결투 대리인 클로린드를 방으로 맞이했다.
클로린드는 푸리나의 주거 환경에 놀라며 더 좋은 집을 마련할 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푸리나는 클로린드를 단념시키는 데 애를 썼지만, 그래도 클로린드의 강경한 태도 덕에 짐을 전부 정리할 수 있었다.
정리가 끝난 후, 클로린드는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 사교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클로린드는 오늘 밤 오랜만에 옛 친구 몇 명과 만나기로 했는데, 한동안 푸리나를 만나지 못하기도 했고 마침 서로 아는 친구들이라 푸리나를 초대하러 온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푸리나는 분명 거절했을 것이다. 정체를 숨기려면 사적인 친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푸리나가 조금은 자신 없는 얼굴로 고개를 들자, 클로린드는 미소 지었다. 진작에 푸리나가 과거에 했던 생각을 이해했고, 지금은 무슨 생각인지 꿰뚫어 본 듯했다.
「어때요? 이제는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나… 난 이런 거 잘 못하는데. 음… 내가 흥을 깨는 건… 아니겠지?」
그날 밤, 푸리나는 드디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즐기는 대화가 어떤 기분인지 느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했지만, 두 잔 만에 본모습을 드러냈다. 클로린드가 황급히 말리지 않았으면 테이블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말수가 적은 클로린드는 푸리나의 진짜 모습이 이렇게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지금의 푸리나는 아직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유」가 더는 외롭지 않다는 뜻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