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슬 황녀 야화》의 우주가 결국 무질서로 인해 적멸로 향한 것처럼, 환상에 빠진 소녀도 성장을 피할 수 없었다.
14살이 되던 생일날,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또다시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건 고귀한 황녀라면 피해갈 수 없는 작은 좌절일 뿐, 부모님도 분명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다.
황녀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숭고함과 꿈을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부모님의 위로를 바랐지만, 마주한 것은 상냥하지만 피곤하다는 듯한 한 마디였다.
「음, ■■. 이제 14살이잖니, 그만 애들이나 보는 판타지 속에서 빠져나오렴...」
익숙한 목소리가 붉게 달아오른 검처럼 소녀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날 밤, 더없이 익숙한 도서관에 숨어있던 소녀는 이상한 시선을 느꼈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날갯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붉은 눈시울이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칠흑의 까마귀의 눈과 마주쳤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피슬은 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매번 그 이야기를 생각할 때면, 그녀는 질식할 것 같은 아픔과 물어뜯기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언젠가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 의해 쓰이겠지만, 이건 ■■의 이야기일 뿐, 피슬과는 관계없다.
황녀에겐 '피슬'이라는 단 하나의 이름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피슬에겐 '황녀'라는 단 하나의 신분만이 있을 뿐이다.
간단하고 완벽한 논리이다. 이를 항상 숙지하고 황녀의 숭고함과 타인의 배려가 조금만 있으면 아무것도 그녀를 상처입힐 수 없다.
게다가 지금 황녀 피슬의 곁에는 오즈 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이 다른 세계에서 온 여행자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