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호두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장례 10일 전, 할아버지는 집에서 병으로 돌아가셨다. 왕생당은 75대 당주를 위해 성대한 장례를 준비했다. 그리고 모든 과정은 그의 유언에 따라 호두가 주관했다.
아직 당주가 아니었던 13살의 호두는 홀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내 장의사들을 만족시켰다.
장례식이 끝난 후, 13살의 호두는 가방을 메고 한밤중에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혼자였고, 가방엔 비상식량과 물, 조명기구뿐이었지만 호두는 평소엔 볼 수 없는 아주 신비로운 곳으로 향했다.
무망의 언덕에서 쭉 앞으로 가다 보면 「경계」에 다다른다. 그것은 생과 사의 경계로, 왕생당이 대대로 관리해온 비밀의 땅이다.
전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곳에서 죽은 가족이나 소망을 이루지 못한 망령들을 만난다고 한다.
호두가 이곳에 온 건, 할아버지가 먼 곳으로 완전히 떠나버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이틀을 쉬지 않고 달려 경계에 도착했지만, 호두는 할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
오고 가는 수많은 영혼들 중엔 급한 행색을 하거나 원망과 증오로 가득 차 보이는 영혼들도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닮은 사람은 없었다.
호두는 그렇게 온종일 기다리다 너무 졸린 나머지 잠들어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한밤중이었고, 주변엔 외로운 망령 몇 명만이 손뼉을 치며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바보, 호 영감이 여기 있을 리 없잖아? 이런 곳에 와서 가족을 찾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호두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고… 비상식량은 점점 줄어, 마실 물도 바닥을 보였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호두 앞에 나타난 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한 노부인이었다. 왜소한 노부인은 녹초가 된 호두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고집불통인 걸 보니 할아버지를 아주 똑 닮았구나. 근데 아쉽게도 왕생당의 역대 당주들은 이곳을 배회하지 않아. 네 조상들은 모두 떳떳하게 살다 후회없이 갔지. 그러니 돌아가거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의문의 노부인은 호두에게 인사하고 경계를 넘어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호두는 그 마른 뒷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걸 보고 의문이 생겼지만 어쩐지 후련한 기분도 들었다.
호두는 할아버지가 이미 경계를 넘어 가야 할 곳으로 갔기 때문에 나타나지 않은 거라고 믿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평생을 당당하게 사셨고 어떤 후회도 없었기에, 자신 또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아쉬워할 필요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호두는 웃으며 귀로에 올랐다. 이곳에 올 땐 달빛이 아득히 빛났지만, 돌아가는 길엔 아침 햇빛이 찬란했다.
호두는 길을 걸으며 할아버지가 자주 하셨던 말을 떠올렸다. 「삶과 죽음엔 모두 때가 있는 법. 생사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집에 도착했을 땐 정오였고, 호두는 담을 넘어 안뜰로 들어가 침실에서 가방을 정리했다.
물과 식량이 바닥나 텅 비어버린 가방 속엔, 어느새 찬란한 「신의 눈」이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경계」근처에 발을 들인 몇 안되는 인간으로서 호두는 어느 신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막강한 힘을 증명하는… 하늘의 선물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