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몽기진
수정 7회 · 편집자 1명최초 작성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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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추가: @ 제1권 (달빛) 보기
2추가: 도시에는 바람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3추가: 분수대 앞에서 눈을 감고 심장이 35번 뛰고 나서 시계 방향으로 7바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시 7바퀴를 돌고 눈을 뜨면 작은 가게 앞에 도착할 거야...
4추가:
5추가: ────
6추가:
7추가: 「저기 아무도 안 계신가요?」
8추가: 베이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9추가: 그녀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문에 달린 방울이 어둡고 어지러운 실내에 경쾌하게 울렸다.
10추가: 저녁 햇살이 수정 같은 쇼윈도를 비췄다. 가게 안에는 그녀가 이해하기 힘든 물건들이 가득했다.
11추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향하다 뭔가를 밟았다.
12추가: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13추가: 베이가는 주변의 물건들을 살펴봤다. 용도 불명의 기계 부품, 몹시 화려한 오페라 리라, 난해한 무늬가 조각된 깨진 기와, 흠집이 가득 난 족쇄와 수갑, 잊혀진 귀족의 왕관...
14추가: 그녀가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돌아보고 있을 때, 눈동자가 여우처럼 가늘고 긴 가게 주인이 슬며시 그녀에게 다가왔다.
15추가: 「그건 어떤 왕랑의 어금니입니다. 어쩌면 예전에 얼음으로 뒤덮였던 그 땅을 기억하는 건 이 어금니와 신들뿐일지도 몰라요.」
16추가: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17추가: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18추가:
19추가: 「사람을 『잊게』 만드는 만드는 물건이 있을까요?」
20추가: 「있지요.」
21추가: 베이가는 가슴을 움켜쥐며 급히 물었다.
22추가: 「아무리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잊을 수 있을까요?」
23추가: 여우 눈을 가진 가게 주인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24추가: 「난 당신이 잊고 싶어 하는 그 소년을 알아요. 눈이 달처럼 빛나는 소년이지요. 그는 오래 전에 사라져 당신의 가슴에 구명을 남겼지요. 어떤 만남도 그 구멍을 메우지 못해요.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달빛처럼 손에 잡히지 않죠.」
25추가: 베이가는 깜짝 놀라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26추가: 가게 주인은 빙긋 웃으며 어디선가 술을 꺼냈다.
27추가: 「이건 고통을 잊게해주는 술이에요.」
28추가: 「찬바람이 몰아치던 옛날, 선조들은 살아남기 위해 얼음 깊은 곳에 몰래 이런 술을 빚었지요. 후세 사람들은 생활히 풍족해지고 행복해서인지 이런 술을 빚는 방법을 전부 잊었어요.」
29추가: 그녀는 술병을 흔들었다.
30추가: 「얼마 안 남았어요. 당신은 내 가게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돈은 안 받을게요. 물론 이게 당신이 정말 바라던...」
31추가: 베이이가는 가게 주인이 건넨 술잔을 받았다.
32추가: 술잔에 박혀 있던 보석은 뽑혀져 있었다. 그 빈자리가 쓸쓸해 보였다──
33추가:
34추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이가는 분수대 앞이었다.
35추가: 어?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었던 거지? 그녀는 조용히 생각하며 달빛 속에서 재빨리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한밤중이 되었으니 빨리 안 돌아가면...
36추가: 그 괴상한 가게뿐만 아니라 그 가게로 가는 방법, 거기서 생긴 일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37추가:
38추가: ────
39추가:
40추가: 「이미 갔어.」
41추가: 문이 닫히며 울린 방울 소리가 먿자, 여우처럼 눈동자가 가늘고 긴 주인이 말했다.
42추가: 눈이 달빛처럼 빛나는 소년이 가게 뒤편에서 걸어나왔다.
43추가: 「고생했어.」
44추가: 「이번으로 그녀가 몇 번째 온 거지?」
45추가: 「여섯 번째... 일곱 번째네.」 소년이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 「이 술, 정말 효과 있어?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
46추가: 주인은 대답 없이 웃었다.
47추가: 「그건 고통을 잊게해줘. 하지만 너희들의 과거가 그녀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이 술은 그저 잠시 너에 대한 그리움, 널 잃은 아픔을 잊게해줄 뿐이지.
48추가: 「그녀는 달만 보면 네 모습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점점 생각을 떠올리겠지. 하르파스툼에서의 만남,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보낸 오후의 시간, 맹세의 해협에서의 경치 감상, 여름 축제에서 손잡고 도망갔던 기억, 시인 집회에서의 시와 새 깃털 망토 선물 등 그녀에겐 이 모든 게 평생 간직해야 할 추억이겠지」
49추가: 「...가게에 정말 모든 걸 잊게해주는 술이 있어. 네가 원한다면 그녀에게 줄까?」
50추가: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51추가:
52추가: 「근데 넌 또 왜 그럿게 벗어나려고 하는 거야?」
53추가: 「아, 이거 때문이야.」
54추가: 그는 가슴 근처에서 반짝거리는 수정 구슬을 꺼냈다. 구슬에서는 부호가 은은하게 보였다.
55추가: 「그걸 얻게 된 사람은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서.
56추가: 「그럼 빨리 떠나는 게 낫지. 그녀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날 잊는 게 좋잖아.」
57추가: 「그랬구나.」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선택 받은 사람이잖아.」
58추가: 「근데 선택 받은 사람의 결말이 어떤지 알아?」
59추가: 소년은 다급히 물었다.
60추가: 그녀는 대답 없이 옅은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61추가: 「나도 가야겠어. 이걸 얻게 되었으니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62추가: 「그 소녀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63추가: 「...그럼 그녀 스스로 이겨내게 해야지.」
64추가: 「무정한 남자네.」
65추가:
66추가:
67추가: @ 제2권 (유리) 보기
68추가: 항구 도시에는 바위와 파도 소리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69추가: 해풍이 부는 곳에서 눈을 감기만 하면, 시끌벅적한 소리는 멀리 달아난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사람들의 소음을 완전히 덮고 난 후 눈을 뜨면, 어느새 작은 가게 앞에 있는 걸 발견한다.
70추가:
71추가: ────
72추가:
73추가: 「아무도 안 계세요?」 유안이 말을 건냈다.
74추가: 그는 두리번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자 문이 닫히며 방울이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가 가게에 울려 퍼졌다.
75추가: 파도가 제방을 때리는 소리가 마치 기억처럼 가게에 스며들었다. 좁고 긴 가게를 따라 그가 알 듯 말 듯한 낡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유안은 자신이 걸친 긴 외투에 그의 나이보다 오래된 듯한 먼지가 묻을까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훑어보았다.
76추가: 낡고 누래진 종이 등, 어떤 거대한 마수의 송곳니, 칠흑 같은 운철, 불명확한 재질의 어두운 금색 끼워 맞추는 입체...
77추가: 그가 눈처럼 흰 분말로 덮힌 수정 병을 들었을 때, 주위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다.
78추가: 「그건 옛날에 어떤 마신이 흘린 눈물로 이루어진 소금이에요──」
79추가: 잔잔했던 수면에 일렁이는 것처럼 숨막히는 고요함을 깨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는 병을 떨어뜨렸다.
80추가: 그가 예상했던 쨍그랑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우 눈동자를 지닌 가게 주인이 어느새 소금 병을 받아 선반에 돌려놓았다.
81추가:
82추가: 「죄...죄송해요. 소개해주신 분은 누구시죠?」
83추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난감해 하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84추가: 「어서 오세요 .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85추가: 「선물을 고르려고요. 마음이 통하는... 아가씨에게 선물하려고요.
86추가: 「그녀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라서 적당한 선물을 찾고 있어요.」
87추가: 유안은 긴장하여 입술을 달싹거리며 눈을 들어 가게 주인의 호박처럼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봤다.
88추가: 한참 마주보다 그녀가 말했다. 「알겠어요.」
89추가:
90추가: 가늘고 긴 그림자가 가게 깊은 곳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91추가: 그녀는 손에 형형색색의 빛을 은은히 뿜어내고 있는 물건을 들고 돌아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솔개 모양의 투명한 10면 유리공예품이었다.
92추가: 「『유리 심장』에 대한 전설을 들어보셨지요?」
93추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94추가: 「인조 유리는 진짜 유리를 조잡하게 모방한 것이라고 하죠. 진짜 유리는 꿈속의 환상을 보여줘요. 고귀한 신수가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염원이 응결되어 만들어지는 거예요. 보세요...」
95추가: 가게 주인은 맞은편의 유안에게 유리 속에 은은히 빛나고 있는 풍경을 보라고 눈짓했다.
96추가: 수만 년의 세월이 그의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별과 바다, 대지가 구름처럼 피어났다가 이지러졌다. 설원이 녹지가 되고 들판이 강물에 찢겨졌다. 도신은 개미굴처럼 생겨나고 왕국은 블록처럼 무너졌다──
97추가:
98추가: ──이미 한밤중이었다. 달빛이 해수면을 비스듬히 비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안은 부둣가를 걷고 있었다.
99추가: 손에 단단한 유리 심장을 움켜쥐자 피가 돌 듯 몸이 따뜻했다.
100추가: 맞아, 이건 신기한 유리 심장이야. 그는 달빛 아래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걸 그녀에게 선물하기만 하면 난 분명...
101추가:
102추가: ────
103추가:
104추가: 문에 매달린 방울에서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105추가: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106추가: 「이걸 팔고 싶은데... 이게 보석인지 모르겠어요.」
107추가: 빛이 결정체 공예품 단면을 통과하여 가게에 퍼졌다.
108추가: 「계속 제게 구애하던 청년이 이걸 줬어요. 이걸로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했어요.」
109추가: 「그런데 왜 그런진 몰라도 이걸 보면 기분이... 안 좋아요. 보석이 예쁘긴 하지만 그 사람의 일을 생각하면 괴로워요. 그래서 이걸 팔고 싶어요.」
110추가: 「알겠어요. 이건 정교하게 컷팅된 10면 유리 심장이잖아요. 얼마에 팔 생각인가요?」
111추가: 「돈이 부족하진 않지만... 이거 소금이죠? 그러고 보니 대지의 소금과도 이별해야겠군요. 이 소금을 받을게요.」
112추가:
113추가: ────
114추가:
115추가: 눈동자가 여우 같은 가게 주인은 홀로 가게 깊은 곳에 서서 투명한 유리 공예품을 손에 쥔 채 감상하고 있었다.
116추가: 「너를 통해 보기 싫은 걸 봤구나. 그 녀석의 진심은... 정말 불쾌하군.
117추가: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는 소금업계의 1인자인 은원회의 일원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로 올라가려는 비굴한 사람일 뿐이야. 이러지 않았다면 서로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행복은 사랑과 무관한 습관이니까.」
118추가: 그녀는 가볍게 술을 할짝이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였다.
119추가: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120추가: 「어쨌든, 낯선 사람과 진심을 주고받는 건 쉬운 일이잖아. 그는 가게 문을 나서면 이제 나와 더는 엮일 일 없어. 그럼 그가 잠시 살펴보게 놔두자.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욕심이 생기고 그럼 더욱 경계해야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어떻게 알아차리겠어...」
121추가:
122추가: 「미안해요. 당신을 걸고 모험했어요. 회수할 수 있어서 정말 잘됐네요.」 그녀는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어쨌든 이건 당신이 남긴 마음이니까 소중히 다룰게요... 하지만 가끔 세상을 떠돌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123추가:
124추가:
125추가: @ 제3권 (사파이어) 보기
126추가: 도시에는 바람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127추가: 그 광장 중앙에서 눈을 감은 채 시계 방향으로 7바퀴 돌고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7바퀴 돈 뒤에 앞으로 14걸음 걸어간다. 바람 속의 새소리가 천천히 사라진 후에 눈을 뜨면 자그마한 가게 앞에 서있을 것이다...
128추가:
129추가: ────
130추가:
131추가: 눈매가 여우같이 가는 가게 주인이 긴 창문을 열면 보이지 않는 별들이 달빛을 타고 카운터 위로 쏟아진다.
132추가: 방탕하게 핀 꽃이든, 먼지 가득 쌓인 하르파스툼이든, 벌레가 먹어서 글을 알아볼 수 없는 책이든, 줄이 없는 활이든 모두 과거 왕실 귀족의 물건 마냥 무정한 달빛에 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133추가:
134추가: 「여어~ 요즘 장사 어때?」
135추가: 불손한 목소리가 가게 안쪽에서 들려온다.
136추가: 주인이 돌아본다. 달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에 익숙한 「손님」 하나가 그녀의 팔걸이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137추가:
138추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 그냥 이제 도둑을 좀 막아야 할 것 같네」
139추가: 가게 주인이 살짝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답한다.
140추가: 「단골손님을 문전박대하고 싶은 거야?」
141추가: 손님이 한탄하며, 「네 가게엔 내가 훔칠만한 게 없어. 굳이 훔친다면...」
142추가:
143추가: 「사냥감 어때?」
144추가: 「내가 또 장물을 처분하러 온 줄 알아?」
145추가: 「사냥꾼」이 실망 섞인 소리를 내뱉자 주인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146추가: 「당연히 아니지. 넌 한 번도 『장물 처분』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적 없잖아」
147추가: 「『양도』, 『증정』, 『기부』, 『양보』...골목을 주름잡는 도적인 너도 자선을 많이 베풀었잖아」
148추가:
149추가: 「이번엔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냐. 오늘은 물건 하나를 『부탁』하려고 온 거야...그리움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밀주를...」
150추가: 의적은 불손한 말투로 말하지만 입가엔 진심 어린 웃음기가 가득하다.
151추가:
152추가: 「미안한데, 이미 팔렸어」
153추가: 품 안에 있던 숨겨져 있던 술병이 어느샌가 가게 주인 손에 들려있다.
154추가: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은 모두 자신만의 주인이 있어. 미래의 어느 순간엔 팔리게 될 테니까」
155추가: 「내 손재주가 너보다 못하다니. 창피하구먼.」
156추가: 의적이 태연하게 쓴웃음 지며 말한다.
157추가: 「최근에 알게 된 건데 그리움이 황금보다 무겁더라. 이 일을 하다 보면 지붕을 넘나들고 대들보 위를 뛰어다니는 게 부지기수라 무의미한 무게를 줄여야 하지」
158추가: 「...눈동자가 사파이어 같던 그녀는 이 무게를 알긴 할까?」
159추가:
160추가: ────
161추가:
162추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주인을 깨운다.
163추가: 손님은 마치 들고 있는 창과 같이 굳센 파란 눈동자의 마녀로 얼굴에 귀족의 죄인 낙인이 새겨져 있다.
164추가: 그녀는 가게 안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을 꿰뚫는 검처럼 바로 카운터로 걸어온다.
165추가:
166추가: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들거나, 원하시는 거 있나요?」
167추가: 「물건 하나를 넘기고 싶어」
168추가: 마녀는 살얼음이 깨질듯한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란색 수정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169추가: 「도적 하나가 귀족의 은잔에서 이 수정을 빼낸 뒤에 나에게 선물했어. 그것 때문에 주인이 날 벌했지.
170추가: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 전 일이야. 시간이 지나면 원한을 잊고 그를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줄어들 줄 알았지...」
171추가:
172추가: 「그럼, 이 보물을 얼마에 파시길 원하나요?」
173추가: 마녀는 찬장 속의 보석이 빠진 귀족 은잔을 가리킨다.
174추가: 가게 주인이 보석을 만지작거리자 맑은 파란빛이 가게 안에서 일렁인다.
175추가: 「알았어요. 이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176추가:
177추가: 동요하면 성과 없는 결말을 걱정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속엔 공포와 균열이 생기게 된다.
178추가: 그리고 죽음이 공포와 함께 다가오며 뼛속 깊이 스며든다.
179추가: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할 때서야 자신이 언제 흘린지도 모를 약점이 꿰뚫렸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180추가:
181추가: 여우처럼 가는 눈매를 지닌 가게 주인은 파란색 수정을 달빛에 비추며 과거 왕실의 휘장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하는 걸 감상한다.
182추가: 특별한 시기에 맑은 보석을 통해 과거와 미래, 혹은 누군가의 진심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마치 세계의 어떤 장소엔 바다처럼 드넓은 민들레 들판이 있다는 전설처럼. 마치 과거 하늘 떠있던 3개의 달인 아리아, 소넷, 캐넌 자매가 재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별했다는 전설처럼. 마치 죽음의 마녀를 바라볼 수 있던 사람이 마음속의 균열로 인해 결국 죽었지만 외국으로 도망간 도적이 그녀와 다시 만나길 기다린다는 전설처럼.
183추가: 그녀는 이 보물을 버린다고 해도 이 전설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의 결말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184추가: 그러니 차라리 이 전설들과 이야기 모두를 자신의 가게로 받아들인다.
185추가:
186추가:
187추가: @ 제4권 (석심) 보기
188추가: 항구 도시에는 바위와 파도 소리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189추가: 해풍이 부는 곳에서 눈을 감은 채 시끌벅적한 상가를 뒤로하고 49걸음을 걷는다. 인기척이 사라지고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남았을 때 눈을 뜨면, 어느새 작은 가게 앞에 있는 걸 발견한다.
190추가:
191추가: ────
192추가:
193추가: 「계신가요?」 우비를 걸친 남자가 가게 문을 두드린다.
194추가: 그는 먼지 덮인 유리창을 통해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을 본다. 병안에 담겨 형광빛을 발산하는 스타더스트, 얼음같이 빛나는 끊어진 칼날, 오래된 두루마리, 기이한 안개에 둘러싸인 단약, 서리가 얕게 서린 기왓장...
195추가: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간 뒤 가게 문을 닫는다.
196추가: 그가 카운터 앞으로 걸어와 이 시대의 것이 아닌듯한 기묘한 골동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때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197추가: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들거나, 원하시는 거 있나요?」
198추가:
199추가: 남자가 어리둥절해하며 돌아보니 눈매가 여우 같은 가게 주인이 미소 짓고 있다.
200추가: 「사실은 증표 하나를 원해. 과거의 은원을 풀 수 있는 증표」
201추가: 남자가 목청을 가다듬는다. 외모와 달리 목소리가 조심스럽다.
202추가: 「그래요? 알겠어요...」
203추가: 가게 주인은 반짝이는 황금 눈동자로 남자가 걸친 젖은 우비를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04추가: 그 뒤 가게 주인이 몸을 돌려 카운터를 뒤적거리다 정교한 콜 라피스 하나를 꺼낸다.
205추가:
206추가: 콜 라피스는 마치 가게 주인의 눈동자처럼 그녀의 손 위에서 어두운 황금빛을 발산한다.
207추가: 남자는 콜 라피스를 건네받고 달빛 아래에서 자세히 관찰한다. 달빛이 투영되며 따사로운 황금빛 아래 깊은 폭풍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208추가: 그의 손이 여전히 떨린다.
209추가:
210추가: 「콜 라피스는 바위 신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변이하다 보면 아무리 단단한
211추가: 바위라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응결되죠」
212추가: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남자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213추가: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예요」
214추가: 남자가 감사의 말을 전하며 모라 한 주머니를 카운터에 올려놓고 밤비 속으로 사라졌다.
215추가:
216추가: ────
217추가:
218추가: 「사건의 전말은 이래」
219추가: 가게 주인은 말을 끝내고 여우 같은 눈을 치켜뜨며 앞에 서있는 손님을 바라봤다.
220추가: 「다른 말은 없었어?」
221추가: 광부처럼 생긴 젊은이의 다급함이 느껴졌지만 가게 주인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222추가: 「핏자국이 있는 모라 한 주머니를 놓고 갔어요」
223추가: 가게 주인의 목소리는 물처럼 잔잔하고 차가웠다.
224추가:
225추가: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물건이에요」
226추가: 젊은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일부러 가게 주인의 황금빛 눈을 피하는 것 같다.
227추가: 「교환의 의미로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요」
228추가: 가게 주인은 이에 동의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229추가: 「그 우비를 걸친 남자와 전 예전에 같이 산에서 돌을 캔 적이 있어요. 그는 출세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죠...」
230추가: 「그러다 폭풍우가 치던 밤에 우린 바위 하나를 쪼개다 그 콜 라피스를 발견했어요. 그 또렷한 황금색 표면에서 새어 나오는 광택은 절운간의 모든 걸 집어삼킬 정도였었죠...」
231추가: 「우린 항구에 돌아가 5대 5로 나누기로 약속했죠. 근데 그날 밤 전 빗속에서 은밀하게 그를 밀쳐 절벽 밑에서 영원히 잠들게 했어요...」
232추가: 「전 무서웠어요. 그리고 그를 믿을 수도 없었고 게다가 허무맹랑한 선인만이 우리의 약속을 들었다는 건 더 믿을 수 없었어요」
233추가: 「그래서 공포가 저를 집어삼켰고... 전 친하지 않은 동료가 제게 주는 위험보다 피가 묻은 돈을 더 믿었죠...」
234추가:
235추가: 「이튿날 아침 전 밧줄을 매고 절벽을 내려갔어요. 여섯 걸음 정도 내려간 뒤 발을 바위 위에 올렸을 때 갑자기 손에서 나는 불길한 떨림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죠...」
236추가: 「제가 고개를 들어 밧줄을 쳐다보니 이미 너무 늦었죠──」
237추가: 「제가 마지막에 본건 밧줄이 끊어진 자국이었어요...」
238추가: 「그건 칼에 잘린 흔적인 걸 저도 알아요」
239추가:
240추가: 「그래서 우린 서로 비긴 셈이 됐죠」
241추가: 가게 주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242추가: 「그가 콜 라피스를 손에 넣었고, 당신은 모든 걸 청산했군요」
243추가: 젊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44추가:
245추가: ────
246추가:
247추가: 전설에 의하면 콜 라피스는 바위의 심장으로 영성을 지닌 바위일수록 사람의 성격을 반영한다고 한다.
248추가: 어떤 이는 주인이 죽어도 콜 라피스 안의 기이한 영성은 그 욕망과 아쉬움을 현세로 들고와 이를 해결해줄 이를 찾는다고 말한다.
249추가: 전설은 이러하다
250추가: 이상한 손님이 떠난 지 4시간이 지났지만 비는 아직도 계속 내린다.
251추가: 가게 주인은 창가에 서서 비가 내리는 골목길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252추가: 「근데...그들은 진짜로 책임에서 벗어났을까?」
253추가: 그녀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
254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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