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흔들리지 않는 성격과 논리, 적당한 전투 능력, 편안한 일자리, 그리고 일터와 가까우면서 아늑한 집이 바로 그것이다.
알하이탐은 해당 조건을 진작에 충족했다. 그는 학술 능력이 곧 자원인 학자의 나라가 그와 잘 맞는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알하이탐의 거처는 아카데미아 근처에 있는데, 이는 뛰어난 과제를 통해 얻어낸 학술 자원 중 하나이다. 이 집을 논하자면 그가 학생 때 참여했던 과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같은 기수 학생들이 아직 알하이탐을 기억한다면 그가 단체 활동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가 딱 한 번 다른 사람과 함께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결과물이 굉장히 성공적이었음에도 크게 싸우고 끝났다. 알하이탐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하나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와 한바탕 싸운 상대의 존재, 묘론파의 건축 디자이너 카베는 꽤 유명했다.
이 사건은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아카데미아에서 천재들끼리 성격이 안 맞아 팀이 해산되는 건 제법 흔한 일이었기에, 협력 관계가 끝난 후에도 상대방의 두뇌만큼은 서로 인정했다. 그때 당시 방치된 협력 과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최초 신청자에게 귀속됐다.
그 후, 양측 모두 해당 과제에 관한 추가 연구를 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워낙 뛰어났기에 이는 알하이탐의 학술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후에 아카데미아에서 부동산 자원을 분배할 때도 이 취소하는 것마저 잊은 과제를 참고해 그에게 제법 괜찮은 저택을 제공했다. 과제의 또 다른 멤버인 카베는 알하이탐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담당자를 통해 그에게 「본인은 거처가 있으니, 집은 필요 없다」고 전했다.
한참이 지나고 다시 만났을 때 카베는 파산한 뒤였다. 한때 친구였던 그를 알하이탐은 이렇게 평가한다. 「능력에 맞지 않는 관념과 성격을 지님」 둘은 사물을 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달랐으며, 그건 지금도 여전하다.
카베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논제가 되었다. 카베는 자산의 일부가 본인의 것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스스로 그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법률이나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방세를 내야 하지만, 학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방세를 내는 것은 그가 과제에 쏟은 모든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되고, 그것은 학술 정신에 어긋난다.
사고하는 과정은 즐겁지만, 알하이탐은 답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파산한 전 과제 팀원을 수용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방세를 받는 동시에 잡일을 떠넘겼다. 카베가 불만을 가질 거란 건 불 보듯 뻔했지만 상관없었다. 알하이탐에게 본인처럼 가족도 없고, 서로를 잘 알지만, 또 너무나도 다른 학자와의 교류는 거울의 이면을 보는 것과 같다. 인간의 시야는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또 다른 천재가 더해진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를 통해 그는 세상의 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원래라면 볼 수 없었던 사물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