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는 나그네에게 있어 어느 정도의 재주는 필수다. 바람의 소리를 듣고 구름을 관찰하는 능력, 그것이 카즈하의 비법이다.
이나즈마성을 떠난 후, 카즈하는 사방을 떠돌았고 여정에 오르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지, 산, 바다가 그의 가장 가까운 보금자리였고 구름 밑을 거닐며 바람과 물소리를 들었다. 몸과 마음 모든 게 편안했다.
길에서 만난 모든 것을 새롭게 느끼며 여행하던 카즈하는 남쪽 산등성이에 도착했다.
초여름 비가 내려 산길은 질퍽했고 날이 어둑해지자 비를 피할 곳을 찾던 중 먼 곳에 있는 초암을 발견했다.
우연히 만나 동행하던 행상이 그 초암을 발견하고는 기뻐서 소리쳤다.
「카즈하, 저기 봐! 묵을 곳이 있어!」
카즈하는 말없이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행상은 비를 피하고자, 카즈하를 두고 혼자 초암으로 향했다.
행상이 문을 두드리자 아름다운 부인이 나와 차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이불을 가져다주었다.
행상은 음식이 너무 맛있었는지 먹다가 쓰러지듯 잠들었다.
이튿날 새벽, 눈을 뜨자 머리 위의 지붕은 온데간데없고 눈부시게 빛나는 햇빛 아래서 미소 띤 카즈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행상이 입을 열려는 그때, 입속에서 나뭇잎과 진흙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누워있던 곳에도 이불은커녕 질척이는 진흙뿐이었다.
카즈하는 웃으며 「집이 있다면 다른 곳보다 바람 소리가 작게 들려야 하죠. 바람 소리는 그대론데 뜬금없이 초암만 놓여있다니, 아마 너구리 요괴에게 홀린 것 같은데요? 휴··· 역시 밖을 돌아다닐 땐, 바람 소리를 많이 듣고 조심해야겠네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