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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고검록

수정 7회 · 편집자 1명최초 작성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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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삭제: 외로운 검이 번뜩이며 밤하늘을 가르고 별과 달의 빛조차도 앗아간다.
1추가: @ 제1권 보기
2추가: 외로운 검이 번뜩이며 밤하늘을 가르고 별과 달의 빛조차도 앗아간다.
33황량한 산에 쓸쓸한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외로운 검의 춤사위를 따라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44
55비바람이 멎자 홀로 시골길을 배회하는 사람이 보인다.
66
77곱슬머리에 매부리코와 큰 눈을 가진 그는 사람답지 않게 생겼다. 휘청휘청 힘겹게 발걸음을 옳기는 모습은 병든 환자 같기도 하다. 이 황량한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 사람이라기보다는 외로운혼령 같기까지 하다.
88
99그는 사흘 밤낮을 굶고 눈도 붙이지 않은 채 길을 거닐고 있다.
1010
1111사흘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름과 명검 한 자루 그리고 쇠락한 사문이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우환과 비애만이 남아 빗물과 함께 진흙 길에 떨어지며 땅을 적셨다.
1212
1313사흘 전, 이름 없는 검객이 스승과 사매를 죽여 높은 산 차가운 눈밭에 묻어버렸고 몰아치던 눈보라도 붉게 물들어버렸다.
1414
1515이제 그는 금칠십이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1616그가 사문의 72인 중 마지막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1717
1818──────
1919
2020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를 즈음, 뒤에서 수레 소리가 들렸다.
2121
2222금칠십이랑은 몸을 길가로 비켜서고 발길을 멈춰 묻는다: 「도비장으로 가는 수레요?」
2323
2424수레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 길을 지나는 수레 중에 도비장으로 가지 않는 수레는 거의 없습죠」라고 말한다.
2525
2626금칠십이랑은 다시 묻는다: 「그럼 그 수레에 사람 좀 태울 수 있나?」
2727
2828수레꾼이 대답한다: 「수레야 태울 수 있지만, 나는 태우고 싶지 않습니다」
2929
3030금칠십이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가는 길인데 왜 태우고 싶지 않다는 건가?」
3131
3232수레꾼이 대답한다: 「그거야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니까요」
3333
3434「말이 많군」
3535
3636입이 떨어지자마자 검광이 반짝인다. 수레꾼이 한기를 느끼고 발버둥 치기도 전에 수레에서 떨어져 숨이 멎었다.
3737
3838금칠십이랑은 이런 사람이었다. 비록 모든 것을 잃고 얼어붙은 마음에 담력과 식견마저 쇠퇴했지만, 입씨름하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3939
4040피로 물든 수레에 올라탄 금칠십이랑은 도비장으로 향했다.
4141
4242
43삭제: @ 제2권 보기
44삭제: 전설 속 머나먼 명상의 나라, 「도비」라는 단어는 허상을 불태우고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43추가: @ 제2권 보기
44추가: 전설 속 머나먼 명상의 나라, 「도비」라는 단어는 허상을 불태우고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4545
4646금칠십이랑의 발아래 있는 이곳──황폐한 산기슭에 있는 외딴 이 길 만이 도비장과 세상을 연결하는 길이다.
4747
4848날이 어둑해지고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4949
5050금칠십이랑은 도비장과 별 왕래가 없었지만, 지금은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장주를 만나야 했다.
5151
5252소수레가 질퍽한 옛길을 따라 황량한 산기슭에 다다르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먹구름은 새하얀 달빛을 가리며 끝없는 어둠이 내린다. 금칠십이랑이 어둠 속에 숨어 몸과 마음을 검게 물들인다.
5353
5454땅거미 진 어둠 속에서 밝은 달빛이 장주의 머리 위를 비춘다. 도비장이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장주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마을엔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감히 묻는 사람도 없었다.
5555
5656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장주가 짊어지고 다니는 두터운 핏값과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뿐이었다.
5757
5858그의 눈동자는 검붉고 날카로워서 예리한 검처럼 언제나 사람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5959성격도 송곳처럼 날카로워 언제고, 누구든 찔러 죽일 것처럼 냉혹했다.
6060
6161「시간이 다 됐군」
6262장주가 고개를 젓자 차가운 달빛이 그의 민머리 위에서 흔들린다.
6363
6464장주의 저택 밖에선 악귀가 피 묻은 장검을 휘두르며 그의 부하를 하나하나 쓰러뜨렸다.
6565도비장엔 간악한 사람들만 모여있다지만 여러 문파들이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섣불리 원수를 찾아와 도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6666하지만 금칠십이랑은 자신의 문파를 잃고 의협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는 굶주린 악귀처럼 고독하고도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쥔 채 원수의 피만을 갈망하고 있었다.
6767
6868살기를 감싼 비바람이 검객의 몸에 묻어있던 피를 씻어냈지만 금세 또 새빨갛게 물든다...
6969
7070검붉은 검객이 붉은 비안개 속을 나아간다. 몸은 이미 만산창이였지만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7171
7272비바람 속에서 붉은 안개가 걷히자 검객은 악의로 가득 찬 발걸음을 이끌고 장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7373
7474──────
7575
7676문밖의 소리가 줄어들자 장주는 느릿느릿 술잔을 들어 올리며 허공에 술을 뿌렸다──
7777그건 살기를 머금고 찾아온 검객을 미리 추모하기 위함이거나 더럽혀진 자신의 혼령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7878
7979문이 열리자 금칠십이랑이 서 있었다. 그는 온통 피범벅이 되어 문 밖에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비바람과 대비를 이뤘다.
8080
8181「장주, 물어볼게 있어」
8282
8383「꽤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군」
8484
8585「더도 말고 덜도 없이, 딱 362명이야」
8686
8787장주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관자놀이에 세워진 핏대는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8888
8989「아, 개도 한 마리 있었지」
9090
9191검붉은 그림자가 뭔가를 술상으로 던지며 말한다──
9292그것은 집을 지키던 개의 뼈였다. 오랜 시간 끓인 듯 뼈는 깔끔히 발러져 있었다.
9393
9494이 반 시진 동안 금칠십이랑은 마을에 있는 362명을 죽였을 뿐 아니라, 집을 지키던 개마저도 끓여서 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9595
9696이 얼마나 잔혹하고,
9797얼마나 냉혈한가!
9898
9999장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부르짖으며 칼을 뽑았다──
100100
101101
102삭제: @ 제3권 보기
103삭제: 소나기가 그쳤지만 날은 개지 않았다.
102추가: @ 제3권 보기
103추가: 소나기가 그쳤지만 날은 개지 않았다.
104104
105105금칠십이랑은 장주로부커 원수의 소식을 듣게 됐다.
106106오늘날 도비장에는 주인 없는 빈 집과 원혼만이 남게 됐다.
107107
108108아니다. 이 세상엔 귀신같은 건 없다.
109109왜냐하면 여긴 원소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에
110110망자의 기억도 원소와 공명하여 세상에 나타날 수 없다.
111111
112112장주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이다. 그의 빠른 검술은 금칠십이랑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113113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마음은 너무 늦었다.
114114
115115여긴 원소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116116검술 또한 원소의 힘이 깃들어있지 않다.
117117검객은 전투 시 오직 체력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원소는 사용할 수 없다.
118118몸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게 바로 이 세계에서 「검」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비결이다.
119119장주는 쾌검의 고수이나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여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120120
121121금칠십이랑은 부서진 향로를 버리고 중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장주에게 몸을 기울였다.
122122
123123장주는 맹렬한 공격을 검객에게 퍼붓는 것에만 정신이 팔렸었다. 장주는 검객이 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느라 비어있어야 할 검객의 왼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124124
125125눈 깜짝할 사이에 도비장의 장문인은 향로에 이마를 맞고 몇 바퀴 크게 구른 뒤 벽에 부딪히며 움직임을 멈추게 됐다.
126126
127127「비열한 놈...」
128128
129129하지만 바람소리만이 장문인의 말에 답할 뿐 피가 묻은 향로를 손에 든 악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130130
131131「...네놈이 찾는 이는 도비장 뒤의 황산에 있느니라...어서 죽으러 가....」
132132
133133악당이 떠나자 바람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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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135산불이 일어나는 소리만이 그에게 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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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삭제: @ 제4권 보기
139삭제: 무지개가 흩어질 때까지 기다린 금칠십이랑은 황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138추가: @ 제4권 보기
139추가: 무지개가 흩어질 때까지 기다린 금칠십이랑은 황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140140이 「황산」은 천제가 도검으로 깎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을만큼 험준하기 그지 없다.
141141또한, 황산은 대지의 어머니의 눈물이 스며들어 소금기가 가득하여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다는 소문도 돈다.
142142
143143과거 황산은 금옥 광산으로 유명했으나 한 번의 지진 이후 광산이 무너지며 광부들이 매몰되었다.
144144그 뒤론 황산에서 광산 산업을 재건하려고 시도한 이는 아무도 없어 사악한 맹수와 도적들이 동굴 안에 숨어들게 됐다.
145145
146146수많은 맹수와 도적들 사이에 금칠십이랑의 원수가 숨어있다.
147147검객은 어깨를 살짝 기울인 채 쩔뚝거렸다. 앞서 도비장주가 남긴 검상이 그를 계속 방해한다.
148148
149149검객은 이 황산의 바위 사이에서 수많은 눈동자가 그를 지켜보며 그의 상처 입은 맹수 같은 기운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150150피가 낭자했던 기나긴 세월은 금칠십이랑의 감각을 아주 민감하게 만들었다.
151151
152152금칠십이랑은 아무런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황산에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다는 걸 예감한다.
153153어둠 속에 숨어있는 도적들은 그가 협소한 동굴에 발을 들이거나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거나 혹은 무너진 광산을 지날 때 그를 처리하려고 기다렸다.
154154
155155하지만 현재 표면적으로 볼 때 험준하기 그지없는 황산 자체도 금칠십이랑의 무덤이 되기에 충분했다.
156156부상을 입은 검객이 절뚝거리며 절벽 옆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힘겹게 나아갔고 때때로 조약돌이 발길에 치여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157157
158158이와 동시에 메말라 죽은 소나무가 있는 절벽 위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이 보잘것없는 나그네를 내려다봤다.
159159
160160「산기슭에 오기 전부터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니 험난한 산길에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혼자 발을 헛디뎌 심연으로 떨어질 게야」
161161빼빼 마른 할멈이 말했다.
162162
163163그녀가 곁눈질로 째려본다. 파란색의 눈동자 안에 냉혹한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고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독사의 이빨처럼 날카롭다.
164164
165165「안 돼!」
166166할멈 옆에 있던 뚱뚱한 영감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167167「저놈은 전에 도비장의 363명 목숨을 앗아간 놈이야. 쥐새끼 한 마리 살려보내지 않았지...
168168「비록 도비장주의 검에 상처를 입어 움직임이 불편하다고 해도 절대 방심해선 안 돼!」
169169
170170「흠...」
171171할멈은 기분 나쁜 콧김을 뿜고 고송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172172
173173「...」
174174영감은 절름발이 검객을 잠시 바라보다 튀어나온 배를 만지며 천천히 사라졌다.
175175고송 한 그루, 잡초 하나 건드리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176176
177177그러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궂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78178쏟아지는 산비 속에서 부상을 입은 금칠십이랑은 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나아갔다.
179179하지만 그는 출혈과 추위에 못 이겨 바닥에 넘어졌다.
180180
181181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전, 파란색의 옷이 눈앞에서 펄럭였다...
182182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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