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에서 생활할 때, 토마는 특별하게 뚜렷한 염원을 품고 있지 않았다.
매일 똑같이 새벽녘의 햇살과 향긋한 꽃향기를 느끼며 눈을 뜬다.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성안에서 산책을 하거나 야외로 나가 발길이 닿는 대로 탐색을 나섰다.
당시 토마는 인간은 원래 여유롭고 행복한 나날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삶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이런 느긋한 사상은 배를 타다 큰 파도를 만나 낯선 외국으로 표류하는 경험을 겪으면서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은혜를 입었고 자연스럽게 은혜를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10년 전, 봉행부의 카미사토 가문이 세력을 잃고 하락세를 겪을 시기였다.
부모를 일찍 져버리고 가주 계승권 다툼에 휘말린 카미사토 아야토는 토마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현재 이나즈마는 불안정한 형국을 맞이해 카미사토 가문 앞에 점점 더 많은 문제가 쌓일 것입니다. 당신은 현명하게 이해관계를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니, 이런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얼른 이곳을 떠나세요」
카미사토 가문에서 많은 은혜를 입은 토마가 과연 그렇게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날 수 있었을까? 떠난다는 건 바로 아쉬움과 수치심을 떠안고 과거 평범하고 평온하기 짝이 없는 시절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풍을 마주하면서 토마도 결국 거친 파도위 힘없이 맴도는 잎사귀와 다름없었다.
깊은 고민 끝에, 토마의 답변은, 「지금 제가 떠나는 걸 선택한다면, 충의를 저버리는 짓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께서 줄곧 제가 충의를 다하는 사람이 되길 원하셨죠… 전 도련님과 아가씨의 곁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차 겪어야 할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저의 힘도 필요하겠지요」
충의를 다해 타오르는 의지는 결국 강렬한 염원으로 거듭나 신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마치 토마의 선택에 응답하듯이——운명을 가르는 어두운 밤에 하나의 「신의 눈」이 화염같이 불타오르며 토마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